

발자취
하기 지부가 어쩌다 생긴 건지 궁금하다고? 아...이건 또 얘기해주고 싶은데...진도는 언제 나간담...참...
자, 일단 도쿄 본부에서는 하기 지부 설립 근거를 두 가지로 제시한다. 첫 번째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학원 시스템 도입 및 적용, 두 번째는 큐슈 지역 총괄 학원 설립. 그렇지만 이게 다 그럴듯한 명분이라는 거는 너희들도 잘 알지? 진짜 이유는 뭐다? 개방파랑 단절파가 싸워서.
개방파가 뭐고 단절파가 뭐예요~ 물어볼 사람이 분명히 한 사람은 있을 거니까 설명하고 가자면...아무리 그래도 개방이니 단절이니 하는 소리를 안 들어본 사람은 없을 거다. 선생님들끼리 이야기 하는 거, 솔직히 너희 다 듣잖아? 이 개방파랑 단절파가 뭐냐면 앨리스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를 두고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나름대로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인 거야. 언제부터 그랬냐면, 앨리스 학원이 생길 때부터. 둘 다 앨리스들이 지금보다 더 잘 살아야 한다, 좀 더 우리의 권익이 신장되어야 한다, 이 점에는 동의하는데 앨리스의 권익을 어떻게 신장시킬 건지를 놓고 의견이 쩍 갈린 거지.
먼저 개방파. 개방파는 지금처럼 앨리스가 비앨리스들과 떨어져서 지내는 게 아니라, 앨리스도 비앨리스처럼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앨리스 사회가 문을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인 앨리스는 비앨리스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너희처럼 어린 앨리스는 성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사회화를 거쳐야 한다~ 이거지. 그렇게 비앨리스랑 앨리스가 섞여 지내다보면 서로가 서로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러다보면 앨리스는 비앨리스들로부터 지금처럼 '쟤네 뭐야?' 가 아니라, '아~ 쟤네가 아니고 우리야~'라는 반응을 받을 수 있을 거란 말이지. 이 개방파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하기 지부 교장으로 간 미카야마 소우지 선생님이겠네. 그리고 중의원 도전한 혼다 유카리. 워낙 유명해서 너희도 잘 알지?
다음으로 단절파다. 단절파는 개방파랑 완전 반대야. 개방파는 문을 열자고 했지만 단절파는 지금처럼 폐쇄적인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왜? 앨리스와 비앨리스는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니까. 대신에 앨리스를 활용해 법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 소위 말하는 권력자들과 공조해서 법령 제정에 영향을 미치는 게 훨씬 현실적이라고 보는 거지. 어디에 비해? 개방파에 비해. 근데 이 단절파는 속사정이 좀 복잡해. 개방파는 대~체적으로 비슷한 의견을 가졌는데, 단절파는 저 '현실적'인 수단이 무엇인지를 두고 온건파, 중도파, 과격파, 뭐 이런 식으로 의견이 또 갈린단 말이지. 이건 비밀이지만...선생님이 대충 보니까, 단절파는 그냥 지금처럼 살자는 주장이 제일 많아.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비리...음모...이런 거 하자는 사람은 극소수야. 그래서 단절파에서도 저런 층은 좀 버리고 가자는 사람도 많아.
아, 물론 이 두 파벌에 안 속한 사람도 많아. 뭘 또 싸워, 좀...그냥...잘 살아! 근데 듣다보면 개방파 말도 맞고, 단절파 말도 맞고...그렇단 말이지. 왜냐, 둘 다 어쨌든 앨리스들이 좀 더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같거든. 선생님은 이 문제에 관심이 조~금 있는 편인데, 아예 이런 거에 관심 없는 사람도 있어.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너희도 한 번 정도는 생각해보는 게 좋을 거다. 언젠가는 너희 이야기가 될 거니까.
에... 그리고... 아, 어디가 뭐가 더 많은지도 말하면 좋겠네. 오사카는 단절파가 개방파보다 약간 더 우세하고, 센다이는 개방파가 많고, 삿포로는 단절파가 많아. 본부는 본부다보니까 이런 거로 싸우지 말자고, 좀 좋게 말하자면 개인의 성향을 최대한 드러내지 말라고 요구해. 뭐 그런데 눈치 보니까, 대충 둘 비중이 비슷한 것 같더라.
자...이렇게 단절파랑 개방파가 뭔지 대충 설명했다. 이제 진짜로 하기 지부 이야기다. 갈수록 개방파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렸어. 개방파에서는 아까 말한 미카야마 선생님을 필두로 해서 자기들 이론 내지는 주장이 실효성 있다고 입증하기를 원했고. 그런데 기존 지부 체제를 바꾸는 건 안 되니까 어떻게? 새로운 지부를 만들어서. 당연히 단절파에서는 새 지부를 만들어 실험해보겠다는 개방파의 주장을 반대하겠지? 그러자 개방파에서는 결국 삿포로 지부가 특정 분야 교육을 위해 생긴 것처럼, 새 지부를 설립해달라고 본부에 정식으로 건의를 하지.
개방파에서는 이거 까일 줄 알았어. 어디까지나 선례 하나 만들어보자~ 는 정치적인 시도였던 거지. 단절파도 이걸 알았고. 그런데 본부에서 개방파와 단절파의 예상을 뒤엎고 하기 시에 지부를 만들겠다고 발표해버린 거야. 교장은 미카야마 소우지 선생님으로 하고. 본부가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어느 세력에서 이걸 하자고 한 걸까? 그건 본부 수뇌부만 알 거야. 하지만 확실한 건, 하기 지부 설립은 개방파한테는 절호의 기회고...단절파는 일종의 위기라는 거지.
아이고, 잡소리를 너무 많이 떠들었다. 다시 수업하자. 아, 우리 지부에서 하기 지부로 간 선생님들? 에...원해서 간 분도 계시고, 강제로 간 분도 계시고. 교장한테 밉보여서든, 뽑기든, 뭐든지 간에 말이야. 아니, 진짜로 수업해야해!